구마모토역에서 렌터카를 빌려 활화산 아소산으로 향했습니다. 광활한 초원 쿠사센리와 에메랄드빛 독성 호수 나카다케 분화구의 비현실적인 풍경을 눈에 담았는데요. 하지만 제가 목격한 관광 헬기가 다음날 추락했다는 슬픈 소식도 함께 전합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무서움이 공존하는 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캐끌지정입니다.
구마모토역에서 렌터카를 빌려 핸들을 잡았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구마모토, 아니 규슈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소산(Mt. Aso)'입니다.
아소산은 예전에도 몇 번 와봤지만,
최근 큰 분화가 있은 이후로는 처음 방문하는 길입니다.
예전에는 갈 때마다 바람 방향이 안 맞거나 가스 농도가 짙어서 분화구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아쉬운 기억이 있는데요.
이번엔 과연 '살아있는 지구'의 민낯을 볼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화산 폭발로 지형이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백문이 불여일견, 현장으로 가봅니다.

아소산 분화구로 올라가기 전,
네비게이션에 찍은 첫 번째 경유지는 바로 '쿠사센리(Kusasenri) 전망대'입니다.
쿠사센리 전망대 위치: https://maps.app.goo.gl/mfwCr2LLyeLcGnBw8
쿠사센리 전망대 · 1662-9 Akamizu, Aso, Kumamoto 869-2232 일본
★★★★☆ ·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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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센리(草千里)는 '천 리나 이어지는 초원'이라는 뜻입니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분화구 안에 형성된 평원이라,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시야가 정말 시원합니다.
겨울이라 초록색 잔디 대신 황금빛 억새가 가득하네요.


고속버스 투어를 이용하면 이곳을 차창 밖으로 슥 보고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렌터카 여행자는 다릅니다. "와, 여기 멋진데?" 싶으면 바로 핸들을 꺾어 주차하고 내릴 수 있죠.
이 자유로움이 렌터카 여행의 가장 큰 묘미 아닐까요?


원래 이곳은 약 3만 년 전에 형성된 화구 흔적입니다.
물이 고여 있는 곳과 풀이 난 곳이 어우러져 있는데, 방목된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말들이 순해 보이지만, 뒤로 다가가면 뒷발차기를 맞을 수 있으니 눈으로만 예뻐해 주세요.
전망대에서 조금만 더 이동하면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아소산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환상적이라 화산 연기가 '나 살아있다!'라고 시위하는 듯 잘 보입니다.
아소산은 날씨가 맑아도 바람 방향이 안 좋으면 통제되는데, 오늘은 운이 참 좋습니다.

차가 있으니 망설임 없이 계속 올라가 봅니다.
아소산은 정상인 분화구 바로 코앞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활화산입니다.
화산 밑까지 올라가면 매표소가 나옵니다.
통행료 1,000엔(승용차 기준)을 내면 올라갈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안내문을 함께 줍니다.
매표소 위치: https://maps.app.goo.gl/Fedta9jVetTHr4pn9
阿蘇山公園道路 · Nakamatsu, Minamiaso, Aso District, Kumamoto 869-1505 일본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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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은 무려 한글입니다. 역시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증거겠죠.
주의할 점은 폐 질환, 천식, 심장 질환이 있는 분들은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실제 유독 가스(이산화황)가 나오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 상태를 잘 체크하셔야 합니다.


매표소를 통과해 구불구불한 길을 조금 더 오르면 아소산 정상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아소산 정상 주차장 위치: https://maps.app.goo.gl/rCFnMa8JTb2hJqr89
Mount Aso Crater Evacuation Rest Area Parking Lot · 일본 〒869-2225 Kumamoto, Aso, Kurokawa, 火口
★★★★★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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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주차하면 걸어서 바로 분화구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매캐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여기가 지구가 맞나 싶은 냄새죠.

코로나 이전에는 벳부 여행을 가면서 버스로 이곳을 들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와보니 그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화산 폭발의 영향 때문인지, 통제 구역도 바뀌고 뭔가 지형 자체가 더 거칠고 넓어진 느낌이랄까요?


곳곳에 콘크리트로 된 대피소가 보입니다.
갑자기 화산이 폭발하거나 돌이 날아오면 저곳으로 숨어야 합니다. 입구가 분화구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디테일이 생존 본능을 자극합니다.

바로 옆 나라인데도, 일본에는 이런 활화산이 일상 속에 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우리에겐 없는 풍경이라 더욱 이국적으로 다가옵니다.

드디어 마주한 분화구(나카다케 제1분화구)입니다.
눈으로 직접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저 밑에 진짜 용암이 끓고 있다고?"



에메랄드빛 물이 고여 있는데, 이걸 '유다마리(Yudamari)'라고 부릅니다.
색깔은 예쁘지만 사실 강한 산성을 띠는 뜨거운 물입니다. 온도가 50~60도 정도 된다고 하네요.
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는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라 몸에 해로운 아황산가스입니다.
바람이 관람 구역 쪽으로 불면 즉시 대피해야 합니다.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그야말로 '지옥'의 입구 같은 느낌입니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처럼, 아소산에도 분화구를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관광 헬기가 운행 중이었습니다.
굉음을 내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 위에서 보면 얼마나 더 멋질까?" 부러워했었는데요.
그런데... 여행 후 뉴스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제가 저 헬기를 보고 온 바로 다음 날 아침, 해당 헬기가 추락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조종사와 승객 포함 3명이 타고 있었다고 하는데...
분화구 주변의 고온과 유독 가스, 그리고 미끄러운 화산재 지형 때문에 구조대 접근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구조와 수습에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왔는데,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부디 기적이 일어나길,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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